2012년 12월 23일
아침 일찍 준비해서 불국사에 가기 위해 서둘러 나왔다.
정류장에서 불국사 가는 버스를 찾고 있었는데 어느 외국인 부부가 불국사 가려면
여기서 버스를 타야하냐고 물었다. 우리도 긴가민가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해서 같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불국사 가는 버스은 11번 버스가 오길래 버스기사 아저씨께 불국사 가는 방향 맞냐고 물어봤다.
헌데 반대쪽이라는..ㅠㅠ 버스에 타려는 외국인들에게 급히 "across!! across!!"라고 소리쳤다. ㅋ
이 짧은 영어 ㅠㅠ 외국인 부부랑 같이 무단횡단해서 길 건너 정류소로 갔다 ㅋㅋ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불국사로 향했다!
날씨가.. 전날보다 더 추웠다. 버스는 불국사 바로 앞에서 섰는데 추워서 바로 못들어가고
바로 앞에 까페와 경주빵(황남빵) 파는 가게가 있길래 들어가봤다.
▲ 불국사 앞 "진수미가"
▲ 경주빵(황남빵)
▲ 아기자기한 가게 안 인테리어
가게 안에 테이블은 창가쪽에만 있었는데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조그만 화분에는 닉네임인 듯한 이름표가 달려 있었는데
웬지 어떤 게임 길드원들 이름 적어놓은 것 같다. ㅋㅋ
안에서 배도 채우며 몸을 좀 데운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뎁혀 놓은 열기를 식히는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간간히 장사를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은행꼬치, 쥐포, 오징어, 소라, 번데기 등등
초등학교 때 학교 앞 리어카 아저씨께 사먹은 메뉴들이 그대로!!
▲ 2천원짜리 번데기!
춥기도하고 번데기 냄새가 도저히 그냥 지나치게 만들지 못했다.
역시 번데기는 맛있다. 쏘주와 함께라면 더 좋았을 텐데 ㅠㅠ
드디어 불국사 입구 도착!! 이 때 추위가 절정이어서
입구 도착해서도 걱정이었다. 어떻게 구경을 할런지..
▲ 추위속에서도 꿋꿋하게 번데기를 탐닉하는 정예솔
불국사는 입장료가 있다!!
당연히 카드가 될 줄 알았던 나는 당당하게 "카드 되죠?" 라고 여쭤봤지만..
현금만 가능.. 헐! 이럴수가 방금 사먹은 번데기값 2천원이 딱 모지라다!
여기까지 왔는데 2천원 때문에 불국사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고...
우린 정말 절망적이었다. ATM 기계가 아래 상가쪽에 있다는 것... 이 추위에 또 내려갔다 오자니.. 끔찍했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마트에 ATM기기는 없었고 근처에 농협이 있다고 하셔서 농협을 찾아 헤맸다.
콧물 질질 흘리며 헤매다가 겨우 찾아내서 현금을 인출하고..(현금도 간당간당했다.ㅋㅋ)
배라도 든든히 채우자며 주변의 맛집을 찾아봤다.
하지만 불국사 앞은 딱히 추천하는 맛집이 없어서 어머니가 집에서 해주시는 따스한 밥을 생각하며 방황하던 중
맘에 드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불국사 앞 "엄마 밥상"
엄마 밥상!! 마침 아주머니께서도 호객행위를 하고 계셔서
우리는 순순히 호객이 되어 드렸다.
맛은 훌륭했다! 무난한 음식을 시키긴 했지만 먹고 든든했다.
난로에 주전자도 끓이고 계셔서 뭔가 옛날 초등학교 교실 생각도 나고
따끈한 주전자 물도 마시고 만족스러웠다.
다시 불국사를 정복하기 위해 출발!
이번엔 차질 없이 입장료를 사고 불국사 안으로 진입에 성공했다!
들어가는 길에 호수가 얼어 있었는데 떨어지는 물은 얼지 않고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뭔가 멋지다.
사찰 갈 때마다 꼭 있는 사천왕!
쪼금씩 모양은 다르다. ㅋ
저거 왜 맨날 찍냐고 정예솔이 나한테 구박한다.
들어와서 주변 풍경과 건물들을 구경하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앞에서 걸어오고 계신 아저씨가 웬지 낯이 익었다.
바로 최불암아저씨!!!!
나도 모르게 "어! 최불암이다!" 이랬더니만 최불암 아저씨가 힐끗 보더니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신다. 괜한 실례를 한게 아닌가 좀 죄송..
하지만 뒷모습은 찍었다. ㅋㅋㅋㅋ
▲ 가운데에 최불암 아저씨
보니까 어떤 다큐같은 걸 찍는지 건물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이곳에 단풍이 물들어 있었고
단체 사진 찍고 그랬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때와는 정말 다른 기분.. 아무 생각없이 와서 놀기 바빴던 그때와는 달리
꼼꼼히 살펴보고 풍경과 건물 보는 걸 즐기는 우리를 보니..
나이 먹었구나... 하는 생각..
이 안에는 실제 스님들이 생활하는 곳인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안에 승복을 입으신 분들이 다니는게
가끔씩 보인다.
이 곳에는 태국 왕실이 푸미폰 국왕 탄신 80주년을 기념해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만든 불상을 봉안해놨다고..
앞에 써있다.. 2009년에 봉안했다고 하는데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찍진 못했지만
뭔가 세련되어 보이는 불상이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해보니 드디어 우리의 자랑 다보탑이 보인다!!
불국사에서 가장 유명한만큼 사진도 가장 많이 찍었다.
이 전에는 다보탑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중요시 했었기 때문에
어땠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다시 와서 찬찬히 살펴보니 전문가가 아닌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 시대에 이걸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하긴 했다. 정교하고 꼼꼼한...
게다가 지금까지도 보존 되어 왔다니..
하지만 훼손이 많이 되어서 다보탑은 얼마전에 보수가 끝났고,
지금은 삼층석탑이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구조물들에 금이 가고 붕괴될 위험이 있어서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 듯..
뭔가 마징가Z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공사가 다 끝난 상태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운대로 바깥에서 구경했다.
다보탑 바로 앞에 있는 것이었는데 난 잘 모르겠지만
예솔이가 예전에 1박 2일 경주편에서 나왔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냥.. 머리는 용인데 몸은 물고기라 우스꽝스럽긴 했으나..
무슨 의미인지는 무지한 나로써는 잘 모르겠다.
다보탑이 있는 곳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관음전과 비로전이 나온다.
참배객들도 있었고, 관광객들도 줄지어서 구경하고 있었다.
낡았지만 화려하고 품격있어 보이는 지붕!
너무 멋져서 사진에 담고 싶었다.
난 그냥 물이 깨끗해보이길래 떠먹는 건 줄 알고
한 잔 쭈~욱 들이켰더니만
예솔이가 마시려고 할 때 아주머니께서 그거 말고 나오는 물 마시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ㅠㅠ
뭐.. 다 깨끗하겠지....?ㅋㅋ
이 건 뭘까 하며 서로 온갖 추축하는 중 ㅋ
야외 풀장인가, 목욕탕인가.. 겨울에 얼어 죽겠다 등등 ㅋ
약수물 마시는 곳 바로 옆에는
석조가 있었는데 별거 아니게 보였는데 우리나라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다.
보물이 이렇게 방치되어 있다니 ㅠㅠ
기념품 판매점에서는 여러가지 기념품들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불국사랑 안어울리게 술자리에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 같은 것도 있었다.
근데 저 사진은 초점이 왜 뒤에 잡혔다냐 ㅋㅋㅋ
▲ "Y"자에 가깝지만 하트라고 우기는 중 ㅋ
▲ 위에 툭 튀져 나온 부분이 용머리 같아 보여서 이것도 용의 형상이라고 우기는 중
불국사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엄청 크게 느껴졌었는데, 역시 어리긴 어렸었나보다.
처음에는 불국사 수학여행으로 와보기도 했었고, 그 때 기억으로 별거 없었던 거 같아서
내심 기대는 안하고 있었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도 춥고 고생도 했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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